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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워너브라더스 초대형 계약…주목해야 할 5가지

1일 전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인수합병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번 거래는 할리우드식 드라마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과 영향력을 지닌 '구혼자', 정치적 역학, 그리고 곳곳의 반전까지.

넷플릭스가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전통 깊은 영화 스튜디오와 HBO 스트리밍 네트워크를 인수하는 이번 합의는, 말 그대로 '공룡 기업'의 실제 정복기를 방불케 한다.

하지만 규제 당국과 경쟁사들이 아직 무대 뒤에서 움직이고 있는 만큼, 이번 인수전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는 가운데, 앞으로 주목해야 할 다섯 가지 핵심 포인트를 짚어본다.

1. 넷플릭스, 영향력 더 커진다

넷플릭스는 수년 전부터 할리우드에서 독주 체제를 굳혀왔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트리밍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많은 신작을 제작하는 회사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번 인수는 업계에서 오랜만에 등장한 대형 거래로, 넷플릭스가 경쟁자들보다 한발 앞선 절대 강자임을 더욱 확실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거래를 통해 넷플릭스는 거의 100년에 이르는 방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확보하고, 이미 막강한 제작 역량도 한층 강화하게 된다.

여기에 넷플릭스는 자체 가입자 3억 명이 넘는 기반에 HBO의 1억2800만 명 규모의 구독자를 추가할 준비를 하고 있어, 규모 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갖출 전망이다.

리서치 업체 포레스터의 마이크 프룰크 부사장은 "넷플릭스는 이미 가장 큰 스트리밍 서비스인데 여기에 HBO 맥스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가 된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로 루니툰, 해리포터, 프렌즈 같은 인기 프랜차이즈와 석세션, 섹스 앤 더 시티, 왕좌의 게임 같은 HBO 대표작들이 모두, 기묘한 이야기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넷플릭스의 비전통적 오리지널 콘텐츠와 한 지붕 아래 놓이게 된다.

또한 이번 인수에는 미국을 제외한 지역에서의 TNT 스포츠도 포함된다.

2. 가격, 오를 수도 내릴 수도

넷플릭스는 이번 인수를 향후 1년에서 18개월 사이에 마무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넷플릭스가 워너브라더스와 그 대표 브랜드인 HBO를 기존 서비스에 어떻게, 혹은 어떤 방식으로 통합할 계획인지에 대해서는 경영진이 말을 아끼고 있다.

넷플릭스의 공동 최고경영자 그레그 피터스는 HBO라는 이름이 "매우 강력하다"며 회사에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넷플릭스가 영화와 프로그램을 묶어 여러 형태의 요금제로 제공할 가능성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HBO 브랜드 자체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가격 변동에 대한 전망도 아직 불투명하다.

넷플릭스의 시장 지배력이 더 강화될 경우 이용료를 올릴 여지가 생길 수 있다. 반면 소비자 입장에선 두 개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따로 구독하는 대신 하나로 통합되면서 비용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3. 스트리밍이 지배하는 시대…할리우드의 위기감 고조

워너브라더스는 카사블랑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엑소시스트 같은 고전 명작들을 탄생시키며 할리우드를 정의해온 대표적 스튜디오다.

그러나 이번 인수는 영화 산업의 황금기가 저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기도 하다.

포레스터의 마이크 프룰크는 흐름은 이미 분명하다며 "미래는 전적으로 스트리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거래로 공식화됐다. 전통 미디어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는 극장 개봉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특히 이번 인수를 통해 DC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를 확보하게 되는 만큼, 극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작품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현실적인 결정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앞으로도 극장 개봉을 우선순위로 둘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올해 초 넷플릭스의 공동 최고경영자 테드 사란도스가 영화관 관람은 "시대에 뒤떨어진 개념"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대규모 통합은 이미 대량 감원, 제작 감소, 인공지능 기술의 위협 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업계의 민감한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타이타닉을 연출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도 이번 거래 소식에 우려를 표한 인사 중 한 명이다. 그는 발표 직전 "업계에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4. 인수 절차, 아직 갈 길 남았다

이번 인수가 실제로 성사될지는 아직은 불확실하다.

우선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는 CNN, 디스커버리, 유로스포츠 등 넷플릭스에 매각하지 않는 사업 부문을 분리하는 절차를 마쳐야 한다.

한편 경쟁 인수 후보였던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애초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전체를 인수하려 했던 만큼, 여전히 주주들을 설득해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려 시도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변수는 이번 거래가 미국과 유럽의 경쟁 당국으로부터 승인받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는 인수 과정에서 중대한 난관이 될 수 있다.

워싱턴에서는 이미 여야 의원들이 소비자 선택권 축소와 가격 인상을 우려하며 이번 거래에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

넷플릭스가 인수가 무산될 경우 워너브라더스에 58억 달러(8조5579억원)를 지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테드 사란도스 공동 최고경영자는 승인을 받을 것이라는 "높은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의 성패는 규제 당국이 경쟁 구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남가주대 굴드 로스쿨의 조너선 바넷 교수는 설명했다.

규제 당국이 비디오 스트리밍 시장만 좁게 들여다본다면, 넷플릭스의 시장 점유율 확대는 상당한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케이블, 지상파 방송, 심지어 유튜브까지 넷플릭스의 경쟁자로 포함하는 더 넓은 정의를 적용한다면 "시장 집중에 대한 우려는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밴더빌트 로스쿨의 레베카 호 올렌스워스 교수는 보통 이런 규모의 인수는 "분명히 문제 제기 대상이 되는 사례"라고 말하며, 일반적으로 소비자에게 더 나은 조건을 끌어내기 위한 조치가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다양성이나 정치적 편향 문제를 이유로 넷플릭스에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과거 다른 사례들에서도 나타난 패턴이라는 것이다.

5. 또 다른 변수, 도널드 트럼프

논쟁을 둘러싼 가장 큰 변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개입할지 여부다.

현 행정부는 기업 인수합병에 대해 보다 완화된 규제 접근을 약속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워너브라더스의 경쟁 인수 제안을 추진 중인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소유주, 즉 공화당 후원자인 테크 억만장자 래리 엘리슨과 그의 아들 데이비드 엘리슨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해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미국 경쟁당국은 이번 거래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넷플릭스의 워너브라더스 인수 시도에 대해 "크게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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