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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건설 둘러싼 논란, 미 중간선거에 영향 미칠까?

6시간 전

미국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한 미국 상원의원에게 불과 1년 전만 해도 데이터 센터는 그다지 중요한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보좌관에 따르면, 현재 이 상원의원은 데이터 센터가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자 정기적으로 참모들을 모아 회의를 열고 있으며, 미국 전역에서 급속도로 들어서고 있는 데이터 센터를 억제할 새로운 법안을 마련하고자 고심 중이다.

이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의 수석 정책 보좌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가끔 이러한 일이 있다. 천천히 움직이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빠르게 커지는 사안이 있다"고 표현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가 허용되지 않아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했다.

이 상원의원의 관심사가 이렇듯 크게 달라진 배경에는 미국 전역에서 거세지는 반대 여론이 있다. 인터넷 활동에 필요한 처리 능력을 저장하는 거대한 시설인 데이터 센터가 곳곳에 들어서고 확장하면서 여론은 등을 돌렸다.

컴퓨터 칩이 줄지어 빼곡히 들어찬, 최대 7피트(약 2.1m) 높이에 달하는 높이의 데이터 센터는 이제 단순한 인터넷 기반 시설이 아니다. 이곳은 인공지능(AI) 기술의 폭발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AI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두려움을 물리적으로 상징하는 공간이 됐다.

인디애나주에 사는 안젤리타 소리아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실험용 생쥐가 아니"라고 표현했다.

소리아노의 집 바로 건너편에는 아마존 데이터 센터가 새로 들어서고 있다. 완공 이후 26개 건물로 구성될 이 시설은 동네에서 1mi²(약 2.58km²) 이상의 면적을 차지하게 되며, 디젤 발전기 782대를 가동하게 될 것이다.

이보다 규모가 더 큰 데이터 센터들도 있다. 오하이오주에서는 오픈AI, 엔비디아, SB 에너지, 미국 에너지부가 공동으로 약 6mi²에 달하는 데이터 센터 단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의 일반적인 타운십(지방 행정구역) 대부분과 맞먹는 규모다.

미 전역의 데이터 센터 밀집 정도를 나타낸 지도. 버지니아가 가장 밀도가 높다
BBC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 가동 중인 데이터 센터는 약 3000곳에 달하며, 향후 몇 년 안에 그 수가 2배 이상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데이터 센터는 지방 정부의 법률과 허가 절차를 통해 건설되기에 상원의원 같은 연방 의원들이 발언권을 행사할 여지는 크지 않다.

그러나 미국 내 데이터 센터 반대 여론이 급속도로 거세지면서 이제 연방 정치인들도 사실상 이 사안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야만 하는 처지다.

AI 정책 고문인 클로이 오티오는 "이는 단순히 진보 진영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수 진영에서도 데이터 센터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어느 정당에 속하든,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정치인은 누구든 실제로 이득을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데이터 센터 관련 법안을 담당하는 익명의 상원의원 보좌관도 이에 동의했다.

"정책적으로 이 문제를 다뤄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이 보좌관은 "전국적으로 반발이 거세다. 유권자들은 데이터 센터가 (자신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목격하고 있으며, 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의원들, 심지어 공화당 소속 인사들까지 제한 없는 AI 기술 성장을 옹호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적인 대립 구도에 놓이게 되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데이터 센터에 대한 이러한 반발을 "병적인 음모"라고 일축하며, 데이터 센터 입지를 저지하려는 주민들과 마을들은 "후진적이고 가난하다"고 비난한 바 있다.

그리고 대통령의 이러한 태도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아직 지지 정당을 정하지 못했거나, 혹은 현재 상황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들의 표를 얻으려는 민주당 정치인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BBC는 인디애나, 애리조나,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오리건 주에서 데이터 센터 건설에 반대하며 지역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활동해 온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은 데이터 센터와 관련해 시설의 규모, 건설 및 운영 시 발생하는 소음, 대기·수질·에너지 자원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지방 당국이 이를 승인하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 등 여러 방면에서 우려하고 있었다.

AI 스타트업인 '10a 랩스'의 산하 기관이자 AI 업계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이터 센터 워치'의 연구에 따르면, 올해 초 몇 달 동안 데이터 센터에 반대하는 지역 사회 단체의 수는 미 전역에서 증가해 833개에 달한다.

애리조나에 기반을 둔 지역사회 단체인 'LUCHA'의 스테파니 말도나도 정치 담당 이사는 데이터 센터에 대한 반대 목소리에 대해 몇 년 전부터 시작된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말도나도 이사는 "사람들은 이를 저지하고자 준비하고 있었다"며 "그리고 지금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공개된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AI 규제와 데이터 센터는 현재 진행 중인 이란 전쟁 및 경제 문제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쟁점 중 하나로 손꼽혔다.

한편 데이터 센터 건설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이러한 프로젝트 덕에 지역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되고, 임금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초당파적 정책 연구 기관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데이터 센터 한 곳이 창출하는 지역 일자리는 100~200개에 불과하다. 이는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것보다 적은" 규모다. 또한 지역 임금 수준에는 사실상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LUCHA의 스테파니 말도나도가 데이터 센터 건설 반대 집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Stephanie Maldonado
애리조나에 기반을 둔 지역사회 단체인 LUCHA는 데이터 센터 건설 중단을 주요 현안 중 하나로 내세운다

케이티 홉스 애리조나주 주지사도 한때는 지지자 중 한 명이었으나, 대중의 압력으로 인해 입장을 바꿨다. 올해 7월, 홉스 주지사는 데이터 센터 프로젝트와 관련해 기업에 제공했던 모든 새로운 세금 감면 조치를 3년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 센터를 둘러싼 반발에 정치인들이 나선 곳은 애리조나주만이 아니다.

미시간주에서는 이번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압둘 엘사예드 민주당 소속 후보가 데이터 센터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예비선거에서 승리했다.

조지아주 주지사 선거에서는 데이터 센터 개발 중단을 주장하는 민주당 후보가 이에 반대하는 공화당 후보와 막상막하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

오하이오주에서는 셰로드 브라운 민주당 후보에 맞서 재선을 노리는 공화당 소속 존 허스테드 상원의원이 최근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바꿨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하이오 유권자 대다수가 데이터 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스테드 의원은 데이터 센터 유치 여부는 지역 주민과 선출직 공직자들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고 말하며 기존 지지 입장을 완화했다.

이에 맞서 브라운 후보는 신규 데이터 센터 건설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유세를 벌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브라운 후보가 허스테드 의원을 앞서고 있다.

이처럼 오하이오주에서 허스테드 의원이 밀리자,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의 선거 자금을 모금하고 지원하는 정치 기구인 '전국 공화당 상원의원 위원회(NRSC)'는 비공개 메모를 통해 공화당 정치인들이 데이터 센터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설명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는 이번 선거 주기를 뒤흔들 수 있는 잠재적인 쟁점으로 부상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텍사스는 데이터 센터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여론이 어떻게 가장 친기업적인 성향의 정치인조차 외면할 수 없는 쟁점으로 성장했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주일 것이다.

퓨 리서치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텍사스주에는 데이터 센터 약 300곳이 가 가동 중이며, 추가로 170개가 건설될 예정이다.

지난해 말, 공화당 소속인 그레그 애벗 주지사는 텍사스 내 데이터 센터가 많다며 텍사스를 "AI 개발의 중심지"라고 자랑한 바 있다. 그러나 불과 몇 달 만에 그는 "안전과 삶의 질"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입장을 번복했다.

이는 다가오는 텍사스주의 상원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주당 소속의 제임스 탈라리코 후보 측에서는 기술대기업을 위한 "특혜 세제 혜택"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탈라리코 후보는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장악해 온 텍사스 상원의원석을 위협할 유력한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그에 맞서 공화당 쪽에서는 켄 팩스턴 텍사스 법무장관이 후보로 나섰다.

팩스턴 후보는 지난 9월 말 한 인터뷰에서 "텍사스에는 데이터 센터를 지을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여전히 충분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제임스 탈라리코
Reuters
텍사스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나선 민주당 후보 제임스 탈라리코는 데이터 센터 관련 사안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다만 유권자들을 달래거나 우려를 덜어주겠다며 정치인들이 내놓은 이 같은 제안이나 조치는 상당수가 일시적이다. 일례로 대부분의 유예 조치는 1~3년 내에 종료된다.

이러한 유예 조치가 만료될 무렵이면 정치적 분위기가 바뀌어 대형 기술 기업과 AI 기업들이 원하는 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로서는 이들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상당히 곱지 않다.

미국의 인프라 기업 '바룹온'의 발라지 탐마바툴라 CEO는 텍사스주 리버티에 약 700에이커(약2.8km²) 규모의 데이터 센터 및 기술 단지를 개발하고 있다. 이 시설은 빗물을 모아 용수로 사용하고, 자체적으로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도록 설계됐다.

주요 데이터 센터 프로젝트들이 이러한 설계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나, 탐마바툴라 CEO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주민들이 이 프로젝트를 단호히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긴장감이 워낙 높아 사실로 설득해 보려 해도 도저히 통하지 않을 정도"라는 설명이다.

최근 열린 지역 행사에서 탐마바툴라 CEO는 이 프로젝트에 격렬하게 반대하던 한 여성과 일대일로 대화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 여성은 저를 똑바로 바라보며 '내 주에서 당장 꺼져'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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