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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명 사상자 낸 대전 공장 화재...잇따른 산업시설 화재 원인은?

3시간 전
대전 대덕산업단지의 자동차 부품공장 안전공업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소된 공장 건물이 보인다
뉴스1

지난 20일 대전 대덕산업단지의 자동차 부품공장인 안전공업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14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치는 등 총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대전경찰청은 23일, 사망자 14명 중 13명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밝혔고, 이 중 12명의 시신이 유족에게 인도됐다. 나머지 1명은 아직 신원 확인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가 난 공장에서는 최근 5년간 3건의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번 화재는 2024년 경기도 화성 아리셀 참사 이후 최대의 인명피해를 낳았다.

짧은 시간 안에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진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산업시설 화재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화재 원인은?

수사당국은 공장 1층 공정라인에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밀 감식을 진행 했으며, 추가 감식도 검토하고 있다. 현장에는 절삭유 등 가연성 물질이 존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 당시 불길과 함께 연기가 빠르게 확산하며 작업자들이 탈출 경로를 찾기 어려웠던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특히 해당 공장은 2층을 불법으로 증축해 2.5층 공간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간에는 창문과 대피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며, 이곳에서만 9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구조와 동선이 인명피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샌드위치 패널 구조 역시 화재 확산 요인으로 거론된다. 철판 사이에 단열재를 넣은 이 구조는 내부 소재가 불에 취약해 화재 시 불길과 연기가 빠르게 퍼질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당시 최초 발화 지점과 연소 확대 원인 등 구체적인 사고 내용에 대해 "수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공장 내부의 절삭유 찌꺼기가 불을 키웠고 불법 증축된 휴게 공간이 탈출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김동은 대전보건대 재난소방 건설안전과 교수는 24일 BBC에 가연성 물질(가연물)의 적재를 화재의 원인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안전공업 공장의 경우 금속 물품을 다루는데 "금속을 깎아낼 때 기름을 이용하기 때문에 유증기가 올라오고, 찌꺼기가 모여 있다 보니 먼지와 엉켜 있어 잠깐의 스파크만 있어도 큰 화재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공무원으로 20년 넘게 화재 진압을 했었던 손원배 초당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BBC에 "위험 물질을 사용할 때는 위험 안전 관리자 입회하에 사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 한 것 같다"고 지적하며 인화성 액체인 절삭유 등의 찌꺼기가 벽체, 천장, 집진기 내부에 붙어 있었을 텐데 이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지 못한 점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23일 BBC에 공교롭게도 많은 사망자가 나온 곳이 "불법 증축된 공간들"이었다며, 화재가 발생한 뒤 "증축된 공간에 연기가 바로 올라가 (희생자들이) 화염이나 연기에 노출돼 훨씬 더 취약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확한 화재 발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국가화재정보시스템 화재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2016년~2025년) 공장 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총 13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최근 발생한 대형 화재는?

불에 탄 아리셀 공장 건물 옆으로 소방차들이 있다
뉴스1
대전 안전공업 화재는 2년 전 아리셀 참사와 닮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4년 6월 24일, 경기도 화성의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총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8명이 다쳤다. 사망자 상당수가 외국인이었다.

아리셀 공장도 무단으로 건물 구조를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검찰 조사 결과 공장은 생산 편의를 위해 방화 구역을 나누는 벽을 임의로 해체하고, 대피 경로에 가벽을 설치해 구조를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는 1개의 리튬 배터리 폭발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첫 발화가 일어난 지 불과 30초 만에 다른 배터리까지 세 차례 폭발이 이어졌다. 당시 공장 내부에는 다수의 배터리가 보관돼 있었고 화재 발생 직후 유독가스가 퍼지며 내부 작업자들이 대피하지 못한 채 피해가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2023년 3월 12일, 대전시 대덕구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 화재로 타이어 21만 개가 소실됐으며 완전 진화까지는 약 58시간이 소요됐다. 이 사고로 작업자 10명과 소방대원 1명이 경상을 입었다.

당시 스프링클러 시설이나 소방 설비 시설 등은 제대로 작동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이후 소방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등 관계 기관이 합동해 현장 감식을 진행했지만, 공장 시설이 모두 무너져 화재 원인을 규명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과수는 발화 장소로 추정되는 위치에서 전선이 끊어진 상태로 발견되며 합선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 지하 바닥 스팀 배관에서 열이 모여 발화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2025년 5월 17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공장 내 서쪽 공장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 오븐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꽃이 튀며 불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며 직원 1명, 소방관 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물류 창고에서도 대형 화재가 이어지고 있다.

2020년 4월 29일, 경기도 이천에서 일어난 물류창고 화재는 38명의 사망자와 12명의 부상자를 남겼다. 석 달 뒤인 7월 21일, 경기 용인 물류센터에서도 큰불이 나 5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가장 최근에는 2025년 11월 15일, 충청남도 천안 이랜드패션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건물 3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의류 등 가연물이 대량 적재돼 화재 확산 속도가 매우 빨랐다. 당시 근무 중이던 직원 3명은 즉시 대피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의류 약 1000만 점이 소실되는 등 대형 물류 피해가 발생했다.

산업시설뿐 아니라 공공 인프라에서도 대형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2025년 9월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700개가 넘는 정부 전산 시스템이 동시에 중단되며 행정 서비스가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전국적 여파는 컸다. 대국민 행정 서비스와 각 부처 홈페이지가 잇따라 마비됐고, 시스템 정상화에 무려 95일이 걸렸다.

최근 발생한 대형 화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최근 발생한 대형 화재에서는 몇 가지 공통된 조건이 지적되고 있다.

2020년 38명이 사망한 이천 물류센터 화재와 2024년 23명의 생명을 앗아간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등에서는 샌드위치 패널 구조가 화재 확산 요인으로 언급됐다.

이영주 교수는 화재가 빠르게 확대되는 이유 중 하나로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을 지목했다.

이 교수는 특히 최근 지어진 건축물들은 높은 수준의 화재 안전성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 가동되고 있는 공장 중 상당수가 오래된 건축물로 샌드위치 패널이 사용된 경우가 많아 화재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은 교수는 대전의 안전공업 공장 화재, 아리셀 화재, 작년의 국정자원 화재의 공통점으로 '배터리'를 지목했다. 대전 공장의 경우 배터리에 사용되는 금수성 물질을 다룬다는 점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특히 물에 닿으면 폭발하는 금수성 물질을 진압할 수 있는 소화 약재가 부족해 초기진압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산업단지에서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로 '안전불감증'을 거론했다.

손 교수는 현장에서 안전보다 생산이나 효율이 우선되는 경우가 많다며 "무사안일주의, 안전불감증" 등 안전 관리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 역시 일부 산업단지 현장에서 오작동 등을 이유로 수신기를 임의로 차단하는 경우가 있다며 "나 하나쯤은 되겠지"라는 생각보다 "나 하나부터"라는 생각을 가져 큰 화재 발생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피난 통로 확보와 유지, 근로자 대상 안전 교육과 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피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일터에서 각종 사고가 지속되고 있는데, 국정 책임자로서 송구"하다며 대전 안전공업 공장 화재 사고 계기로 관계 부처에 "위험 사업장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시행하고, 안전 관련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철저히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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