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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계속해서 '오물풍선'을 날리는 진짜 의도는?

1일 전
북한이 날려보낸 오물 풍선이 한국 강원도 철원의 한 논밭에 떨어진 모습
Reuters
북한이 날려보낸 오물 풍선이 한국 강원도 철원의 한 논밭에 떨어진 모습

한국에서 최근 '오물 풍선'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북한이 한국을 향해 수천 개의 쓰레기 풍선을 지속해서 날려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오물 풍선 살포 원인과 대책을 놓고 극명하게 엇갈린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북한의 '오물 풍선'으로 국가 핵심 기반시설인 인천공항 활주로가 파괴는 상황을 가정해 실전처럼 연습을 진행하기도 했다.

오물 풍선은 경기와 서울은 물론 휴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울산과 전남, 경북 등 전국 곳곳에 떨어졌다.

풍선 잔해물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경내와 국방부 청사, 국회도서관 주변, 법원과 경찰청은 물론 시민들이 머무는 버스정류소나 주택가, 시장, 학교 등에서도 발견됐다.

7월 24일 경기도 고양시 한 빌라 옥상에 북한 오물 풍선이 떨어지면서 불이 났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7월 24일 경기도 고양시 한 빌라 옥상에 북한 오물 풍선이 떨어지면서 불이 났다

쏟아지는 오물풍선, 이대로 괜찮나

북한은 지난 5월 28일부터 9월 18일까지 총 21차례, 4000여 개의 오물풍선을 한국을 향해 살포했다. 심지어 추석 연휴인 14~15일, 18일에 연이어 오물풍선을 날렸다.

특히 북한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대남 오물 풍선 160여개를 한국 측으로 날린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이날 오전에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여러 발을 발사하기도 했다. 미국 대선이 가까워짐에 따라 무력시위 빈도를 높이며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19일 “북한이 전날 오후부터 야간까지 약 160개의 쓰레기 풍선을 띄운 것으로 식별했다"며 “경기 북부와 서울 지역에서 30여개의 낙하물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풍선에 매달린 내용물에서 화학물질이 검출된 적은 없었지만, 낙하 지점에 화재가 일어나거나 자동차 유리가 파손되는 등 실제 피해도 있었다.

9월 18일 풍선 일부가 서울 성북구 아파트 단지에 떨어져 화단에 불이 나 주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앞서 15일에도 서울 강서구의 한 다세대주택 옥상에서 오물 풍선이 떨어지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금까지 북한에서 살포된 오물풍선으로 인해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에서 항공기 133대가 운항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8월 12일 북한이 보낸 오물 풍선으로 경기 파주시 한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했고, 지난달 24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다세대주택 옥상에서 풍선이 추락해 터지면서 화재가 일어났다.

앞서 지난 6월 2일에는 경기도에서 오물 풍선에 달린 기폭장치가 터지며 주택 지붕과 천장이 파손되거나 주차된 화물차에 화재가 발생해 재산상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북한의 오물 풍선이 떨어질 때마다 한국군과 소방관이 현장으로 출동해 잔해물을 수거한다. 내용물에 화학물질이 담겨있는지에 대한 검사도 진행된다.

오물 풍선 내용물
Reuters
오물 풍선 내용물

풍선엔 무엇이 담겼나

지금까지 발견된 오물 풍선을 분석해보면, 북한은 지름 약 3~4m의 풍선에 각종 쓰레기와 타이머가 부착된 기폭장치를 함께 매달아 날리고 있다.

풍선 하단에는 오물과 쓰레기가 담긴 비닐이 매달려 있다.

타이머와 함께 비닐을 녹이기 위한 열선이 비닐을 감싸고 있는데, 이는 미리 설정된 시각에 맞춰 열선이 작동하면 비닐이 녹아 쓰레기가 흩날리도록 만든 것이다.

오물 풍선에는 변비와 퇴비, 담배꽁초, 종이, 비닐, 천 조각, 색종이조각은 물론 옷감을 덧 대 만든 티셔츠와 장갑, 마스크, 여러 차례 꿰맨 양말 등 북한 내부의 열악한 경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생활 쓰레기들이 담겨 있었다.

또 폐전선, 중국산 폐건전지 등도 들어있는데 흙속에서 기생충이 나오는가 하면 김정일, 김정은을 우상화한 문건을 훼손한 흔적도 발견됐다.

북한 황해도 개풍에서 쓰레기를 실은 풍선이 한국 파주를 향해 날아오는 모습
EPA-EFE/REX/Shutterstock
북한 황해도 개풍에서 쓰레기를 실은 풍선이 한국 파주를 향해 날아오는 모습

북한은 라텍스 재질을 이용해 만든 풍선에 수소를 넣어 부양한 것으로 보인다.

무게 10kg내외 달하는 오물 풍선을 한국까지 날려 보내려면 상당한 양의 수소 가스가 필요하다.

수소는 물을 전기로 분해하는 과정이나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전력난이 심각한 북한에서 수소 가스 조달은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국 군에 따르면, 북한이 오물 풍선 한 개를 날리기 위해 들인 비용은 대략 10만 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금까지 4000여 개의 풍선을 날렸다는 점에서 북한은 약 4억원(약 30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 쓰레기를 한국으로 보낸 셈이다.

북한은 왜 쓰레기를 날려보내나

북한은 오물 풍선을 날리는 이유에 대해 '대북 전단 살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탈북자 등으로 구성된 일부 시민단체들이 북한 주민들을 향해 북한 정권을 비난하는 전단지와 이동형저장장치(USB)·의약품·건빵·성경·달러 지폐 등을 풍선에 담아 날려보내는데, 이에 대한 대응으로 오물 풍선을 보내고 있다는 주장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대북 전단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달 16일 대북 전단이 추가로 발견됐다며 “처참하고 기막힌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북한의 오물 풍선에 대한 전략적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6년 만에 재개했다. 처음엔 방송을 2시간만 했으나 오물 풍선 살포가 계속되자 전선을 중부, 동부로 늘리고 지난달 21일부터는 모든 전선에서 매일 내보내고 있다.

방송에는 한국의 발전상이나 동부전선 인민군 46사단 전방 비무장지대(DMZ) 안에서 탈북을 시도하다 압송된 북한 병사의 소식과 최근 다수의 북한 외교관들이 김정은 정권의 비윤리적 행태에 수치감을 느껴 탈북해 자유의 품으로 왔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병사들을 향해선 "지옥같은 노예의 삶에서 탈출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한국의 유명 노래들이 송출됐다.

북한의 의도는?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5일 수해지역 어린이들과 식사를 하고 있다
KCNA/Reuters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5일 수해지역 어린이들과 식사를 하고 있다

한국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내는 것은 "한국 사회 교란"이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오물 풍선을 주기적으로 날려보냄으로써 불안과 혼란을 가중시키려는 전략적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선 최근 오물 풍선에 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과 북한을 자극해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대북 전단을 원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보장과 대북 정보 유입 등을 중시하는 단체들은 대북 전단과 북한의 오물 풍선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북한의 무력 사용에 따른 접경지역 일대 주민들의 안전을 고려해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 8월 22일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오물 풍선을 보내는 것이, 대북 전단 때문이라는 것은 북한의 주장”이라며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내는 이유 중에는 우리 사회를 교란하고, 우리 주민을 혼란시키기 위한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오물풍선에 화학물질이 담긴다면?'

인천 지역에 떨어진 오물 풍선 잔해를 수거하는 군인들
Reuters
인천 지역에 떨어진 오물 풍선 잔해를 수거하는 군인들

일각에선 북한의 풍선 살포가 지속되는 것과 관련해 북한이 향후 풍선을 무기처럼 사용할 경우를 대비해, 원하는 지역에 정확히 낙하시키기 위한 데이터를 쌓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북한이 그동안 축적해 온 풍선 부양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사시 생화학 물질을 담은 풍선을 특정된 지역에 날려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이 오물 풍선에 화학 물질을 담아 살포할 경우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풍선이 한국 지역을 넘어오기 전에 목표물을 격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제20대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BBC 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오물 풍선은 이른바 북한의 저강도 도발”이라며 “이러한 저강도 도발이 고강도 도발로 이어질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어 “북한은 생화학 무기를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는데, 오물 풍선에 생화학 물질을 조금이라도 묻혀서 날려보낸다면 한국에선 불특정 다수가 아주 치명적인 결과를 입게 될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을 미리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오물 풍선이 한국에 넘어오기 전에 풍선을 타격할 수 있는 그런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안 의원은 강조했다.

하지만 풍선을 공중에서 터뜨린다면 민간인 피해 등 예기치 않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오물 풍선을 포탄으로 격추시킬 경우, 포물선 궤도를 그리면서 낙하하는 포탄이 북한 지역에 떨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확전을 초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오물 풍선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동국대 김용현 북한학과 교수는 “현재까지는 우리 국민들에게 위협이 되는 그런 물질이 들어 있지는 않았지만, 만약 북한이 앞으로 오물 풍선을 보낼 때 생물학 또는 화학 물질을 조금이라도 포함시킨다면 우리 국민들에게 주는 충격은 일파만파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다만 "오물 풍선 원점 타격은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기에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며 "결국 우리 시민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도 자제해야 하고, 북한도 오물 풍선을 날리는 것을 서로 자제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21일 인천국제공항 내 격리주기장에서 열린 2024 을지연습 ‘인천공항 활주로 긴급 복구훈련’에서 오물 풍선이 터지고 있다
뉴스1
21일 인천국제공항 내 격리주기장에서 열린 2024 을지연습 ‘인천공항 활주로 긴급 복구훈련’에서 오물 풍선이 터지고 있다

반면 제21대 국회 후반기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이 풍선에 생화학 물질을 넣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 의원은 “생화학 무기는 이미 국제적으로 금지돼 있어서 혹시라도 북한이 풍선에 화학 물질을 넣는다면 국제적인 비난은 물론 감당할 수 없는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인데, 그런 일을 감행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한기호 의원은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우리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풍선에는 북한 정권에 대한 비판과 K-문화 USB, 생필품 등이 들어있는데, 북한이 이에 대한 대응으로 오물 풍선을 날리는 것이라면 한국 정부를 비판하든지, 북한 정권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유인물이 들어있는 것이 정상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이번에 오물 풍선을 보내면서 자신들의 취약점만 더 부각했고, 오히려 역효과만 나타났다"며 "최근 강원도 고성 지역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20대 북한 병사가 '대북 확성기 방송 영향으로 귀순했다'는 보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심리전은 결국 북한에 굉장히 불리한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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